연예인 의외로 로마에 있었던 것[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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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쿠로 댓글 0건 조회 254회 작성일 23-10-30 12:11본문

로마에서는 일종의 원시적인 법인 기업 같은 존재가 있었다.
이름하여 소키에타스 푸블리카노룸(societas publicanorum)이라고 하는 이 원시적인 민간 기업들은 로마 정부로부터 조세 징수, 공공 사업, 공공 시설 건축 등의 업무를 대행했다.
그리고 이 소키에타스 푸블리카노룸의 운영 주체를 두고 바로 그 유명한푸블리카니(Publicani, 단수형은 푸블리카누스 Publicanus)라고 한다.

여기서 펨붕이들은
"엥? 로마 건축물들 군단병들이나 노예가 짓는거 아니었어?"
하겠지만, 로마 군단병들이 만드는건 로마 가도지 수도나 경기장 따위가 아니었다.
또한 공공 사업한답시고 무지성으로 노예를 마구잡이로 갈아넣어 짓는게 아닌, 위의 사업을 정부에게 입찰받은 소키에타스 푸블리카노룸의 근무자들이 지은 것이다.
물론 그 소키에타스 푸블리카노룸에서는 당연히 자유민뿐만 아니라 노예도 적극 활용했지만.

위 짤의 로마의 원로원 의원들은 상업 및 어떠한 형태의 공공 도급 계약에도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에 푸블리카누스는 주로기사 계급(Equites)들이 맡았다.
여기서 기사 계급이란 원로원 의원 및 대대로 원로원 의원을 배출한 귀족 가문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부자들로, 로마군에서 기병으로 복무할 의무가 있는 부유한 시민들을 부르는 명칭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업하려면 주머니에 탄환이 많아야 할 게 아닌가?
하여간 기록상 처음으로 이 소키에타스 푸블리카노룸이 등장하는 사례는 바로 기원전 390년, 로마가 켈트족에게 메챠쿠챠당한 그 해다.
그 해 로마 원로원은 한 소키에타스 푸블리카노룸과 카피톨리누스 언덕에 있는 신성한 암컷 거위에게 모이를 지급하게끔 하는 계약을 맺었다.
뜬금없이 왜 신성한 거위가 나오냐 하면, 기원전 390년 당시 켈트족이 알리아 전투에서 로마군을 격파하고 로마를 약탈했는데,
당시 켈트족이 카피톨리누스 언덕에 고립된 로마군을 상대로 야습을 감행할 때 개들은 꿀잠을 쳐잔 반면 거위들이 요란하게 울부짖어서 로마군이 야습을 격퇴한 적이 있었기 때문.
물론 기원전 390년 로마 약탈을 기점으로 상당수의 로마 기록들이 잿더미가 되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보다도 더 이전에 소키에타스 푸블리카노룸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후 이런 소키에타스 푸블리카노룸, 너무 기니까 줄여서 민간 기업들은 포에니 전쟁을 계기로 크게 팽창하는데
첫번째로 민간 기업들이 제1차 포에니 전쟁 이후로 새로 얻게 된 시칠리아와 코르시카, 사르데냐에서 징세청부업을 수행했고
두번째로 로마 정부와의 군수 계약을 통해 여러 특권과 보상을 대가로 받았기 때문이었다.
한 예를 들자면 기원전 215년, 연이은 패전의 여파로 히스파니아(스페인) 전역에 물자를 조달해주기로 한 민간 기업와의 계약의 대가로
정부와의 계약 기간 동안 군역 면제와 자연재해 및 카르타고군의 공격으로 인한 모든 피해를 로마 정부가 보상해주기로 한 계약을 체결한 것이 있다. (리비우스 로마사 3권 309페이지 발췌.)
하여간 이런 계기들을 통해 소키에타스 푸블리카노룸들은 원시적인 법인 기업이라고 봐도 좋을 만큼 팽창했고, 이는 로마에서 기사 계급의 대두를 부르게 됐다.
그런데 펨붕이들도 알다시피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대기업을 혼자 운영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금을 조달해야 할까?
그래서 로마인들은 파르테스(partes)라는, 원시적인 주식 개념을 고안해냈다.
즉 푸블리카니들은 파르테스라는, 일종의 주식을 만들어서 이걸 투자자들에게 팔았고, 이걸 이용해서 땡긴 돈으로 사업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현대 주식처럼 이 파르테스를 산 투자자들은 파르테스의 내용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배당금을 챙길 수 있었는데 딱 이거 주식의 모습이다.
심지어 이 파르테스를 사고 파는 것도 가능했으니 그야말로 2천년 전의, 비록 매우 원시적이고 초라한 형태지만 어찌 보면 최초의 주식시장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우리의 로마판 야붕이우스인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옹도 이 주식을 했는데, 놀랍게도 키케로는 주식조차 엄청 잘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남긴 명언으로
"부실한 푸블리카니의 파르테스를 사는 건 돈낭비"
가 있겠다.
참고로 키케로의 편지에서 일시적으로 고점 찍은 주식(partes illo tempore carissimae)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이 양반은 고점 저점도 신경써가며 투자할 만큼 주식 고수고, 당연히 로마 주식도 가격의 변동이 있었음 또한 알 수 있다.
물론 현재의 주식의 조상은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인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라고 보는게 타당하지만, 하여간 참으로 위대하고도 오모시로이한 나라가 아닐 수 없다.
원시적이지만 기업도 있고 주식도 있는.
참조 사료
리비우스 로마사 (티투스 리비우스 저/이종인 역)
Publicans and Sinners (에른스트 버디안 저)
